나에게 쓰는 편지

뷔리당이라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대. 배고프고 목도 마른 당나귀가 있었는데, 귀리와 물을 발견했어. 반가워서 달려가려는데, 공교롭게도 귀리와 물은 정 반대방향이었고, 당나귀는 한 가운데 있는 거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배고픈 것과 목마른 것의 우열을 가리지 못해 어디를 먼저 가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그냥 거기서 죽었대.

혹시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면, 무엇이 그렇게 주저하게 만드는 가를 생각해 봐. 누군가 이 어리석은 당나귀를 아무 방향으로나 한 대 걷어찬다면 '올커니' 하고 그쪽 방향으로 달려가서 목숨을 구했겠지? 선택의 여지는 한정되어 있고, 우열을 가릴 수 없다면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어. 일단 저지르는게 최선이니까. 혹시 결과가 안 좋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선택할 때는 몰랐잖아. 대신, 다음에 비슷한 일이 또 있을 땐 훨씬 성숙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자, 아직도 망설이니? 그럼 내가 걷어차 줄까?

www.freechal.com/kuorch99 2000년 12월 27일

pocorall 님이 July 23, 2001 4:37 PM 에 작성하신 글입니다.


이전 글: 철학책을 위한 변명 [0]

다음 글: 기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