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신화와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더 몰랐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는 매번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사람이었고, 그러다 언젠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라는 정도가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그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그 뒤로 몇 가지 단편들을 조금씩 주워듣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지금까지도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거의 전혀 모르고 있었다. 출판된 지 10년이 지난 회고록, <나의 삶 나의 길>을 읽는 동안, 이 이야기를 왜 아직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의 삶은 확실히 대한민국의 역사다.
갈등하고, 고뇌하고, 좌절하는 모습까지 숨김없이 보이고 떠난 노무현과는 달리, 회고록에서 보이는 김대중은 聖人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제되고, 자신의 신념에 확신이 차 있고, 때로는 순교자의 길도 감수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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