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국 이야기

옛날 동유럽에 심한 기근이 들었다고 합니다.
인심이 흉흉해져 사람들은 친한 이웃에게마저도 먹을 것을 숨기고 없는 체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느날 인상 좋은 나그네 한 사람이 마을을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내는 별로 굶주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마을 사람들은 이 사람을 경계하고, 먹을 것을 보태 주기는 커녕 쉬어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쉴 곳을 찾던 나그네는 포기했는지 마을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광장을 향해 가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오늘 자리를 잘 잡아야 돌국(Stone Soup)을 맛있게 끓일텐데"...
돌로 국을 끓인다는 소문은 금새 마을 전체로 퍼졌고,
마을 광장 한켠에 자리잡은 나그네 주변에는 금새 많은 사람이 모여 들었습니다.
이 사내는 가방 속에서 아주 잘 포장된 상자에서 평범하게 생긴 돌멩이를 하나 꺼냈습니다.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가방 속에서 솥을 꺼내어 걸고는 물을 끓였습니다.
이윽고 물이 끓자 "자, 여러분에게 맛있는 돌국을 대접하겠습니다."
하고 소리치며, 요란한 의식과 함께 돌을 솥에 넣었습니다.

잠시 후 이 사내는 물을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좀더 큰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아, 여기 양배추를 좀 넣으면 정말 맛있을거야!",
구경에 얼이 빠진 어떤 사람이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숨겨 놓은 양배추를 들고 왔습니다.
양배추를 툭툭 썰어 넣은 사내는 다시,
"아! 여기에 쇠고기를 좀 넣으면 왕의 식사에나 비교가 될까!"
하고 좀 크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푸줏간 주인의 아내가 냉큼 집에 달려가 그 귀한 고기를 한 토막 베어 왔습니다.

곧 고기가 솥으로 넣어지고, 비슷한 방법으로 양파가, 홍당무가 연이어 솥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 후 사내는 돌을 꺼내어 다시 상자에 넣고 간을 맞춘 후, 그 돌국을 동네 사람들과 함께 배불리 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영문을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기근이 지나고 난 다음에도 한참을 그 신기한 돌국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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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소프트웨어를 하나 갖게 되어, 그것으로 금방 좋은 국을 끓일 수 있을 줄 알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첨가물들이 하나 둘 생각나기 시작하여, 지금은 원래의 소프트웨어가 무색해질만큼 어마어마한 추가의 노력이 투입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뜻밖으로 돌국을 끓이게 한 이 돌에게 감사해야 할까, 원망해야 할까?
끓여진 돌국은 어떤 맛일까?
어쨌든 이 돌과 나는 기묘한 운명의 끈으로 점점 더 엮여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돌은 http://sutalk.co.kr 에 가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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