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지는 흐린 날

날씨가 매우 흐리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도 없지만, 공기가 아주 안 좋아서 세상이 온통 뿌옇다. 구름이 잔뜩 끼어도 멀리까지 깨끗한 날이 오히려 맑다고 할 일이다. 감기에 걸려 안 그래도 코가 민감한데, 공기까지 이 모양인 것은 영 반갑지 않다.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즐길 만한 풍경을 꼽으라면 단풍 진 나무들이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 정도랄까. 강렬하게 개성을 뽐내던 잎사귀들이 오늘은 특별히 친근해 보인다. 단풍이 지면 푸른 기운을 고집하고 있는 나무들도 새로워 보인다. 누가 절개의 상징이라 했던가? 푸른 색 말고는 도무지 다른 색을 입을 줄 모르는 구태의연한 감각을 가진 소나무도 가을에는 멋스럽다.

2003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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