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는 법

옛날에 정鄭나라 자산子産에게 살아 있는 물고기가 선물로 들어왔다. 자산이 교인校人(연못 관리인)으로 하여금 그것을 연못에서 기르게 했는데, 교인은 그것을 삶아 먹어버렸다. 그리고 복명하기를 "처음에 고기를 놓아주자 비틀비틀하더니 금세 씩씩해져서 유유히 헤엄쳐 갔습니다" 하니, 자산은 "제 살 곳을 찾았구나, 제 살 곳을 찾았구나"했다. 교인이 나와서 "누가 자산을 지혜롭다 했는가? 내가 물고기를 삶아 먹어 버렸는데도 자산은 제 살 곳을 찾았구나, 제 살 곳을 찾았구나라고 하니"라고 말했다.

<맹자孟子> 만장萬章 상上


점심 먹을 돈도 빠듯해서 걱정하는 처지가 아니라면,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면 오백 원이나 천 원짜리 정도는 쾌척하는 여유를 보이자. 한 달동안 당신의 후배나 친구들에게 선심을 쓰느라, 혹은 선배나 웃어른, 나보다 힘 있는 자들을 대접하느라 사용한 돈보다 구걸하는 사람에게 준 돈이 월등히 많지 않는 이상, 전혀 남의 일에 낭비한 것이 아니다.

멀쩡한 몸으로 어설프게 병신 흉내를 내면서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모른척 속아 주었으면 좋겠다. 동전 몇 푼을 아끼느라 이웃을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면 분명 손해보는 장사다. 교인의 말을 믿은 자산을 탓할 것인가, 자산을 속인 교인을 탓할 것인가?

걸인의 도덕성이나, 실업, 앵벌이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 이외에는 마음을 열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정 찜찜하거든 공신력 있는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2003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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