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시가 넘어 귀가했지만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곧장 중앙공원으로 왔다. 공원을 둘러싼 차들의 행렬을 보려니, 다들 어디를 저렇게 열심히 가는걸까 하는 생각이 났다. 나부터가 방금까지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은 봐도 못 본 척.
더불어 십 년을 지내온 공원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슬리퍼를 신고 맑은 물 철벅거리던 중학 시절. 졸린 눈 힘겹게 뜨며 버스를 타기 위해 가로지르던 고등학생 시절. 내리누르던 것들이 한 번에 사라진 자리를 어쩌지 못해 벤치에 나와 앉아 멀거니 별이나 보던 2년 전... 말로 옮길 수 없는 수많은 인상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어, 하현달이 중천에 걸리는 줄도 몰랐다.
2003년 3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