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이야기

전공을 두 개밖에 못 집어넣었다. 어떻게든 하나를 더 넣으려고 고심하다가 선택한 것이 컴퓨터학과 전공으로 인정되는 '확률과 통계'이다. 99년 1학기 이후 처음으로 듣는 수학과목. 기대감과 불안감이 뒤엉켜 스크루 무늬를 이룬다.

실력 있는 사람들의 바둑 경기를 볼 때마다 아름다움과 논리가 무엇이 먼저랄 것 없이 완벽하게 성취되는 것을 보고 감탄하곤 한다. 좋은 자리에 놓여진 바둑알은 주변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반대로 보기 좋은 자리에 놓은 바둑알이 전략적으로 유리한 자리일 가능성도 높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그 많은 수를 일일이 머릿속에서 두어보기 보다는 가장 멋져보이는 자리를 찾아 몇 가지 검토를 한 뒤에 놓는 것 같다.

'둘러쌓이면 잡힌다'라는 간명한 법칙 위에 열리는 저 아름다우며 빈틈없는 세계를 F=ma의 세계에서 재현할 수는 없을까? 왜 논리적이면 따분하고 미를 찾다 보면 뜬구름 속에서 허덕일까? 이공계의 몰취향이나 문확과 예술의 엄밀성 결여는 당연하게 여겨져도 되는 것일까?

어쨌든, 비판과 토론의 여지조차 없이 '학문의 가장 안전한 길'위를 달리는 수학을 이번 학기에 배운다. 칠판 위를 수놓는 화려한 기호 놀이를 기대해 본다. 미는 논리와 한 몸이어라!


2002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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