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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해 마지 않는, 대마왕님의 방송이다. 이 방송에는 게스트가 없다. 고정 코너도 없다. 매일 60분을 채워주는 것은 인터넷 사연들과 대마왕의 말빨, 그리고 모든 형식을 거부하는 자유다. 이 안에는 온갖 종류의 삶들이 거의 날것 그대로 펼쳐지고, 대마왕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것들을 엮어낸다. 고스를 통해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초등학생부터 그의 부모뻘을 넘는 중년까지, 변호사부터 건달들까지 온갖 종류의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주된 청취층은 할 일이 없어서 밤에 라디오나 켜듣고 있는 백수들이다. 게다가 방송 이름까지 '유령 방송'. 소위 비주류/소외인/타자들의 방송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려는 의도인듯 하다. 그만큼 이 방송에서 다루는 주제나 어휘에는 격이 없다. '방송에 부적합한 주제'라는 이름 아래 소통이 제한되는 다른 모든 프로의 정확히 반대 지점을, 혼자 헤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걸핏하면 방송을 빼먹는 불성실함과 거친 언어사용으로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지만, 그는 그 곡예를 즐기는것 같다. 다른 DJ였다면 대번에 실족하고 말았을 곡예를 너무나 능청스럽게 연출하며 1년 동안을 별 탈없이 진행을 해왔다. 듣기 싫은 넘들은...듣지 말던가...방송 불성실하다고 자른다면...관두던가...이런 배짱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방송의 명맥이 이어졌다는 것은, 고스를 고스답게 만들려는 DJ의 남다른 성실성 덕분이라는 역설을 시사한다.
미디어에서 지겹게 반복하는 성공시대류의 '주류적인 삶'이 자신과는 뭔가 괴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나, 나 아닌 다른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싶어한다면, 이 방송을 애청하게 될 것이다.
2002년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