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테스트

어린 시절, 친구에게 아이스바 빨려줄 때 '너 혈액형이 뭐니?'라고 묻던 것을 사람들은 못 잊어한다. 맘에 안 드는 녀석이 있을 때 '너 몇살이야? 생일 언제야?'하던 것도 그리워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그들은 통계자료 속에서 사는 법을 익히고, 심심풀이로 사지절단 놀이도 한다. 평균당해서 팔 잘리고 머리 잘린 몸뚱이를 갖다 놓고 '이게 너다'라고 우기는 건 섬짓한 일이다.


난 심리테스트가 싫다.
난 아직 잘릴게 많단 말이다!


아니다. 사실 난 매일 심리테스트를 한다. Yes/No 문항을 따라가면서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타입일까 궁금해한다. 내 테스트지는 매일 새걸로 바뀌고, 갈수록 복잡해져 간다. 지금은 2의 23842791891837492374619387948374928349832제곱 가지의 타입이 있고, 내 주변의 어떤 사람도 같은 타입으로 분류된 적이 없다.

2002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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