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기록

엄마가 전기 바리깡으로 내 머리를 삭발하려 함. 머리가 벌집처럼 뜯기는 중에 내가 반항. 면도기로 면도도 하려고 마구 휘두르고, 식칼을 갖고 와서 옆면으로 마구 때린다. 다칠 것 같다.

총구 끝에 칼날이 달린 BB탄 총(상당히 큼)을 들고 종로거리를 걷는다 (동대문 쪽으로). 지하철이 없던 시절을 배경으로 여기서 영화를 찍던 생각을 한다. 추격장면이었고, 지하철 입구는 CG로 지웠을 거라 생각.

총을 들고 젖은 황토길 언덕을 오르다 치윤이와 현성 만남 '오빠 요새 뭐 해요?' '어...그냥 주부생활' '게시판 글 보니까 그런거 같더라' 하늘을 올려다 보는데 엄청 큰 골격만 세워놓은 공사중인 건물이 연기를 잔뜩 뿜고 있다. 겁에 질려 바라보는데 이내 무너진다. 마구 도망. 뒤돌아 보는데 동아리 사람 누군가 깔린 것 같다. 이쪽으로도 건물더미가 쓰러져 오고 있지만 열심히 도망가면 우리는 깔릴 것 같지는 않다.

10월 22일 새벽의 꿈

(누가 풀이좀 해줄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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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몹시 불쾌한 하루를 선택하여 회충산을 돈복 하였다.
안다. 두 끼를 절식해야 한다는 것도 복약 후에 반드시 혼도한다는 것도.
대낮이다. 이부자리를 펴고 그 속으로 움푹 들어가서 너부죽이 누워서, 이래도? 하고 그 혼도라는 것이 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마음이 늘 초조한 법, 귀로 위 속이 버글버글하는 소리를 알아듣고 눈으로 방 네 귀가 정말 뒤퉁그려지나 보고, 옆구리만 좀 근질근질해도 아하 요게 혼도라는 놈인가보다 하고 긴장한다.
그랬건만 딱한 일은 끝끝내 내가 혼도 않고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세 시를 쳐도 역시 그 턱이다. 나는 그만 흥분했다. 혼도커녕은 전신이 말똥말똥하단 말이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상李箱 공포의 기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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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게는 이런 요행이 찾아오지 않았다. 마취가 풀리면서 이내 쑤시고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마취상태에선 꼬집고 때려도 아프지 않은 것이, 어허, 이것 봐라? 하는 생각에 음악에 박자를 맞춰 가며 철썩철썩 따귀를 때려보기도 했는데, 이제는 손도 못 댈 지경이다.

피곤한 탓에 잇몸에 염증이 생겨 약이나 타먹을 요량으로 치과에 갔다가, 의사 말에 혹해서 멀쩡한 사랑니만 수난당한게 아닌가 셒다. 그 튼튼한 놈을 억지로 뽑느라고 어지간히 찢고 자르고 한 모양이다. 뽑아놓은 이에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얼마 전까진 저 살을 바늘로 찌르면 내가 아파했겠지? 내 일부가 남이 되는 것이 순간이듯, 나도 순간에 변했다.

2001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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