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인생에도 몇 군데의 분절점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분수령은 수능이라는 사건. 자의식이 성장한 이래 처음으로 자유를 누려본 때가 98년의 겨울이었다. 절망적인 외압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묘하게도 그전까지 그렇게 집착하던 프로그래밍에서 멀어지게 했다. 대신 눈을 돌리게 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올리는 그림들이다.
1학년 1학기의 새내기 시절. 모든 것이 새로웠고 모든 곳에서 나를 환영했으며 캠퍼스의 공기는 너무나 신선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싶을 정도로 별의별 경험들의 손짓에 나를 맏겼다.
별 생각없이 그래픽툴로 끄적거리다 나온 연습작일 뿐이지만, 이 그림들을 대할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엮여진 클립사슬처럼 따라온다.
내 추억의 절반은 이 시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