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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인 이 게시판이 스팸의 천국이 된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미봉책으로 글쓰기 권한을 막고 스팸을 지웠다. 예전 같으면 스팸 정책이 가능한 게시판으로 교체하려고 했겠지만, 나는 이제 이 게시판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백수 생활에 도전하던 2001년, 그때는 나를 확인하는 작업과 그 성과를 드러낼 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던 때였다. 상실의 시대에서 젊음의 자유가 주는 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방황하던 와타나베처럼, 나도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한 건축물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나는 물리적인 방황보다는 지적 세계를 방황하는 것을 택했고, 그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이곳을 만들었다. 이곳을 완전 비공개가 아닌 공개 게시판으로 운영했던 것은 누군가가 나의 고민과 지적 행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고, 조금은 동참해주었으면 하는, 어린애 자랑같은 마음에서였다. 싸이월드나 블로그와 같이 1인 미디어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다행히 몇몇 친구들이 이곳을 흥미롭게 읽어주었고, 이를 통해 그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 1인 미디어가 폭발하면서 이곳도 흔해빠진 블로그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이곳은 내 깊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한 증폭기로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통처럼 북적대는 싸이로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알아주었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면서도 알아볼 만한 장소에 노출하지 않는 이곳은 수줍은 곳이었다. 이곳 덕분에 나는 많은 내적 성장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세계에 대한 과학적, 철학적 구성, 세상을 보는 경제적, 정치적 시각,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관한 시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글들은 써나갔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게 되면서 이곳에 대한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줄어갔다. 이제 나는 가끔 추억의 앨범을 들추듯이 이곳에 와서 지난 글을 읽거나 새 글을 쓰고 간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야 죽을 때까지 변하는 것이고, 그 때까지 자신의 지적 성장 과정을 의식적으로 가꾸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예전처럼 절실하게 몰두할 필요는 없게 되었고, 그것보다 더 요긴한 일들이 내 손에 들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5년간의 내적 성장을 완성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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